산행일지

2014년 8/24 해남 두륜산 번개산행일지

뫼루 2014. 8. 25. 22:18

산행일시:2014년 8/24 
산행지:해남군 북일면
산행순서:오소재약수터-오심재-노승봉-가련봉-만일재-만일암터-천년수-북미륵암-오심재(Back)-오소재약수터(원점회귀)
산행함께님:다순구미고문님,만면춘풍님,우도미님,리체님(블랙야크 100대 명산 탐방팀),뫼루 이상 5명
산행시간: 4:39 (쉬는시간,점심시간 포함)

2번국도를 달리는 차 안에서 만면춘풍님은 번개팀이 조촐하니 좋다하시고 고문님은 오후 날씨가 심상치 않아 코스 조정에 골머리를 하시는 눈치다.
9:43



오소재 약수터 주차장
가는 빗줄기가 흩뿌린다.
등산화 끈을 조이고,배낭 레인 커버를 쒸우고,스틱을 펴고,화장실도 다녀오고,우산을 펼쳐들고 주차장 아래로 내려 갈려고 하는데 어떤 여성 한 분이 다가와 말을 건다.
'여기가 가련봉 가는 길이에요?'
고문님은 비가 와서 여자 혼자 암봉 오름이 위험하니 오심재까지는 동행하자고 하시면서 오후 3시부터나 비가 올거라는 기상청 예보가 틀리다며 '이런됀장!'을 외치신다.
가느다란 빗줄기는 그치고 오기를 반복한다.
약수터 앞에는 여러 대의 자동차 주인들이 물을 길러 3열 종대로 줄을 서 있다.
9:50





두륜산 안내 지도와 이정표가 새로 보강이 된 모습이다.
들머리 이정표를 배경삼아 인증을 남긴다.
숲 속으로 들어가니 수관부가 우산 역할을 해주어 우산을 접는다.




완만히 오른다.
띄엄띄엄 원형 목재를 세로로 박은 침목계단도 질서가 있다.
10여분 오르니 경사도도 약간은 세워진다.
10:05



아담한 돌탑이 길 옆에 있다.
'뉘가 무슨 소원을 담아 쌓아 뒀을까?'
만면춘풍님은 앞서 올라 가시고 고문님과 우도미님이 안 보인다.
돌탑 앞에서 조금 기다리니 나타나신다.
고문님은 아침에 빵 하나가 뱃 속 요동기에 주범이라며 비지땀을 흘리시며 힘들어 하신다.
돌탑을 지나면서 돌 계단길 너덜길을 10여m 지나 길도 오름 각도가 생긴다.
등로 양 편으로는 풀과 산죽을 제초하여 정비한 흔적이 곳곳에 눈에 띈다.



산죽이 나타나면서 너덜길 오름이다.
너덜길이 끝나니 침목계단 오름이다.
질서정연한 말박힌 침목계단은 오심재가 얼마 안 남았음을 증명한다.





오심재 막바지 오름길에 안개 정국 속에 오심재로 입성할 안개 터널이 환상적인 자태를 연출한다.
우중 산행이 빚어 낸 운치의 절정이다.
10:28



오심재
넓은 헬기장으로 남방면 노승봉 오름길 입구에 이정표가 있고 옆으로 벤치 2개가 있다.
서방면으로는 북암 가는 길이 있고 북방면으로 고계봉 전 고개봉이 올려다 보인다.
벤치에 앉아 과일과 막걸리,맥주로 입축임과 다리쉼을 즐긴다.
만면춘풍님은 리체님 혼자서 내버려 둘 수 없다 하여 정상으로 같이 가자고 고문님께 돌변한 심내를 밝히신다.
애초에 정한 코스는 북암-만일재-두륜봉-계곡-대흥사로 하산하여 택시를 타고 오소재로 돌아 올 계획이었다.
만면춘풍님의 뜨거운 동지애 덕분에 봉사 산행이 되어 버린 모양새다.
그것도 좋고 이것도 좋다.
산은 마음으로 오르고 가슴으로 느낀다 하지 않던가?....
이제부터는 고도를 끌어 올리는 험로가 준비 되어 있다.
이정표 앞에서 인증을 남기고 하늘 문이 닫히는 숲 속으로 들어간다.
산죽길 시작으로 가파른 오름길 된비알이다.
10여분 가파르게 오른다.
10:53



노승봉 아래 헬기장
공간은 넓고 여전히 안개 밀림은 사방을 휘감고 있다.
잠깐 다리쉼을 하고 장갑을 끼고 스틱을 접고 두 발은 버리고 네 발 장전 태세를 갖춘다.
가파른 너덜길 사나운 급치받이 험로다.
11:10
노승봉(능허대)밑
동방면으로 작년 겨울 글쓴이가 오소재에서 직선으로 여기까지 오른 길이 내려다 보인다.



만면춘풍님은 암벽 위에 자리를 잡고 시원해 좋다며 연신 만면 가득 웃음꽃이다.
암벽 타기를 목전에 두고 심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중이다.
이윽고 오른다.
철발판과 쇠줄 쇠고리가 많이 보강 되어 있다.
두 발은 버리고 네 발로 기어기어 오른다.






한사람 한사람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서히 조심스럽게 오른다.
두륜산에서 가장 험악한 구간이다.
등산은 등반이고 산행은 고행이다.
11:21





노승봉
사방으로 끝없는 안개바다 한 가운데 우뚝 서 있는 형상이다.
노승봉은 암반 위 평정봉으로 편하게 발 뻗고 쉴 수 있는 공간이다.
고조된 인증 열기를 식히며 세상사 시름을 잊는 수다를 즐긴다.
냉기 머금은 시원한 바람이 체온을 떨어 뜨린다.
황홀한 경관은 자연스런 감흥을 전해 오며 육신의 노곤함을 덜어주는 쉼의 미학을 전개 해준다.
너무 많이 쉬었나...
추워 질 듯 하여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다시 암벽을 더듬고 보듬고 네 발로 조심조심 내린다.
11:39




노승봉 가련봉 중간인데 이정표는 노승봉이라 말한다.
이 곳에서 바로 천년수로 내려 갈 수 있다.
네 발로 다시 기어기어 오른다.
젖은 쇠발판은 여간 미끄러운게 아니다.
한 발 한 발 온 신경을 집중하여 경계하고 주의하며 오른다.
11:48








가련봉
창창한 웅지다.
넓은 바다와 끝없는 허공만 있을 뿐이다.
실은 여기가 두륜산의 최고봉으로 주봉이다.
남방면 두륜봉은 대둔산이다.
안개 바다에 떠 있어 조망은 암흑천지다.
글쓴이가 전에 겪었던 조망관을 몇자 서술한다.
동방면 밑으로는 들머리 오소재가 내려다 보이고 뒤로 주작 덕룡이 멀리 천관산이 조망된다.
북방면으로는 케이블 카가 있는 고계봉 뒤로 가학 흑석의 등줄이 시야에 들어온다.
서방면으로는 대흥사가 내려다 보이고 향로봉 뒤로 진도군의 일원이 목격된다.
남방면으로는 달마산이 시선에 잡히고 완도와 다도해의 섬군들이 올망졸망 떠 있다.
인증을 남기고 다시 암벽을 네 발로 내린다.
다시 오르고 네 발로 내리고 또 한 번 오른다.




두 개은 작은 무명봉을 지나고서야 가파르고 길게 내려 설 데크계단을 맞이한다.
지나 온 암봉들이 안개 밀림 위로 봉긋봉긋 솟아 있다.
저 마다 암봉들은 단애의 침묵이 흐르지만 절경과 천혜의 눈맛을 느끼는 한 폭의 진경산수의 표상임을 나타낸다.
후미를 기다리며 한 동안 넋을 잃고 이 산야가 뿜어 낸 기상과 공기를 감미롭게 흡입한다.
강산은 무진하고 앞에 놓인 과제도 끝이 없다.
가파른 데크계단을 길게 내린다.
난간은 쇠파이프로 설치 되어 안전도는 있다.
게단이 끝나고 바위사잇길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이어서 굵은 바윗돌이 불규칙하게 내려 앉은 너덜길이다.
억척스럽게 사나운 된비알이다.
너덜길이 끝나니 산죽 숲 속으로 들어선다.
암벽을 네 발로 내리고 다시 굵은 사나운 너덜길이다.
너덜길이 끝나고 다시 산죽이 나타나면서 남방면 시야가 뻥 뚫린 능선길로 나온다.
가을이면 두륜봉과 가련봉 사이에 넓은 억새밭이 펼쳐지는 곳이다.
지나 온 길이 험로라 우도미님이 후미를 기다리자고 발걸음을 멈춘다.
한 곳을 향해 쏟아져 달려가는 안개 바람, 입체감을 띄며 펼쳐지는 마술처럼 흐르는 풍경이다.
울창한 녹음 속 청량한 공기가 심장 속으로 내습한 전율은 쿵쿵쿵.....빠른 북 처럼 뛴다.
12:16
만일재
중앙에 헬기장이 있는 넓은 공간이다.




돼지 주물럭,전어 회,각종 반찬,소주와 맥주로 포근하고 정갈스러운 자유에의 행복한 점심시간을 즐긴다.
얼마를 즐기고 놀았을까?....
빗 줄기가 하나 둘 쏟아지기 시작한다.
두륜봉을 찍고 계곡에 발을 담그고 대흥사로 내리는 계획을 급변경 한다.
서둘러 자리를 정리한다.
천년수로 향한다.
만일재에서 북암 가는 길은 조릿대,동백나무,후박나무 등의 사시사철 초록 동색으로 포근함을 간직한 곳이다.
허릿길 숲 속이다.
오랜 수령을 자랑하는 동백 숲,후박나무는 전 보다 훨씬 울창해진 모습이다.
산죽길 계곡길 또랑길 내림이다.
13:28



만일암터
만일암지 5층 석탑이 있고 앞에 돌받침상 주위로 돌의자가?있어 점심 공간으로는 안성맞춤이다.
사실은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하는 고문님의 아쉬운 전언이다.
빗 줄기는 점점 굵어지기 시작한다.
산죽길을 지나면서 너덜길 오름이다.
13:32




천년수
거대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천년 이상의 수령을 과시한다.
1.200~1.500년 정도의 수령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다시 너덜길 산죽길 허릿길이다.
13:44






북미륵암
진정국사 천책이 주적한 적이 있는 암자로 밑으로 기거채가 있고 돌계단 위로 용화전이 있다.
용화전 안에는 국보 308호의 대흥사 북미륵암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돌을 벽으로 해서 전각된 미륵불이 밖에서 건물 안으로 들어 온 것이다.
용화전 우측으로 석탑이 있고 좌측 산 봉우리 위에도 석탑이 올려다 보인다.
용화전의 문살 무늬가 시선을 가두어 담는다.
사방연속창살무늬가 정교하면서도 섬세하고 규칙적이다.
빗 줄기는 그칠 기미가 없다.
절골의 탐색도 잠시 서둘러 인증을 남긴다.
짧은 데크계단 오름에 이어 빗면 오름이다.
산죽길 너덜길도 지난다.
10여분 넘게 허릿길로 돌아 숲 속 소로길로 바뀌면서 오심재로 나온다.
14:02
오심재(Back)
오전에 처음 맞이했던 헬기장,만면춘풍님이 변심을 일으킨 곳,새 인연과 첫 마디를 나눴던 곳....
다분히 사회적 존재인 우리는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을 거침없이 왕복한다.
비,바람,안개,스릴,녹음,새로운 인연 등등등...
무엇인가 대가를 치르고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등가 교환의 법칙을 기본으로 삼는 고대 연금술이 새삼 떠 오른다.
행복한 순간 순간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산행의 말미다.
이후 내림길은 Back 구간이다.
이미 온 몸은 비와 땀으로 축축하다.
떨어지는 비는 등로를 계곡 삼아 넘쳐 흐른다.
등산화는 그 물을 머금고 발은 젖은 등산화 속에서 미끄러진다.
비를 맞으며 내리는 하산 길 깊은 상념에 빠져 든다.
두륜산의 식생은 난대성 상록 활엽수와 온대성 낙엽수가 주종이다.
봄의 춘백,여름의 녹음,가을의 단풍,겨울의 동백이 유명하다.
특히나 겨울이면 수 백년 수령을 자랑하는 동백 나무 숲과 동백꽃이 붉게 타오르지만 산정 부근은 상고대와 눈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두륜산은 '두륜'이란 산 모양이 사방으로 둘러서 솟은 '둥근 머리'또는 날카로운 산정을 이루지 못하고 '둥글 넓적'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데서 연유된 설,
일제 강점기 쪽빠리 쉑들이 호남 정기를 끊겠다고 정상에 쇠말뚝을 박아 성기산으로 부르는 것을 이후에 해남 출신의 학자들이 요사스럽다 하여 백두산 '두'중국 곤륜 산맥의 '륜'자를 따서 두륜산이라 이름했다는 설도 있다.
14:29
오소재 약수터(원점회귀)



내면 깊숙히 용솟음치는 침묵 없는 메아리로 올려 퍼져 행복의 상승 지수를 가늠 할 하산주 자리로 이동을 서두른다.



사진:박현재

   글:박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