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지

2014년 6/21 영암 은적산 토요 번개 합동 산행일지

뫼루 2014. 6. 23. 22:17

산행지:영암군 서호면 장동마을

산행순서:장천초-헬기장-팔각정-상은적봉-장동마을 분기점-임도-물방아골 쉼터

산행함께님:그린비상임고문님,다순구미고문님,키다리아저씨회장님,만정님,솔잎님

만면춘풍님,산소춘풍님,우도미님,문종석님,뫼루 이상 10명

산행일기상:내내 후줄근한 비

산행시간: 3:35(쉬는 시간 포함)

금일산행은 토요산행과 번개산행을 합동으로 하는 의미있고 뜻깊은 기대감으로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12:59

문종석님과 만면춘풍님,산소춘풍님을 태우고 해수청에 당도하니 회장님이 혼자서 기다리고 계신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곧 있으니 그린비상임고문님,다순구미고문님,만정님,솔잎님을 태운 마차 한대가

도착한다.(사실 처음에는 못 알아봤다 ㅎ)

우도미님은 오후 1시까지 택시를 타고 이곳까지 오기로 되어 있는데 점심손님이 많아서 가게가

바쁘다고 20분 기다리다 안오면 그냥 출발하라고 전화말씀을 남긴다.

난중에 어찌어찌하여 우여곡절 끝에 간신하 빠져 나왔다며 한숨을 토해낸다.

하튼 요번에는 친구 시크님이 없으니 우도미님이 좌충우돌이다.

하다하다 좌충우돌도 친구따라 전이되는가 싶다.

13:37

장동마을 장천초등학교 앞 공터

그칠줄 모르고 계속 내리는 비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회장님은 이런날씨에는 보통때보다 땀은 더 많이 흘리게 된다고 생각하라며 넉살을 피우신다.

13:43

갖은 옷가지와 비옷과 우산을 챙겨들고 맞은편 쎼멘길을 따른다.

정자하나가 눈길을 끄는데 위를보니 은적정자라 적어져 있다.

쎼멘길이 끝나나 싶더니 자연스럽게 산길로 접어든다.

우측 아래로는 물을 흠뻑 머금은 모내기 해놓은 들판에 우렁이와 개구리들이 켄터키옛집 장엄미사 대합창을 열연중이다.

등로는 좁고 고샅길 기분이다.

자귀나무꽃이 화려하게 수를 놓고있고 밤나무에는 어린 밤열매가 작은 공깃돌 크기만큼에 부드러운

가시털을 포송포송 머금은채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모습이 앙증맞다.

우측 음택 한곳을 지나니 꼬랑물흐르는 듯한 등로가 경사가 조금씩 세워진다.

그린비상임고문님은 중도에 후덥지근하신지 겉잠바를 벗으시고 땀을 훑어내신다.

14:03

주능선 무명봉

숨이차올라 좌측 암벽으로 빠져나와 주변을 둘러본다.

비는 내리고 바람은 없고 오름길 20여분에 등판은 땀과 비로 흥건히 젖어든다.

남방면위로 진행할 능선줄기가 속마음까지 시원하게 씻어준다.

떡갈나무에는 무수히 많은 도토리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저놈이 익어 떨어지면 다람쥐가 만찬을 즐기겠구나 생각하니 절로 피식 웃음이 나온다.

도토리를 땅에 묻는 다람쥐는 간혹 식량저장창고 번지수를 깜박한다.

그 덕분에 씨앗은 먹히는 대신 발아함으로 온전히 한 나무로 성장해 간다.

나무는 고마워하지도 않으며 다람쥐는 바라지도 억울해하지도 않는다.

숲의 생태계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흘러 분화해간다.

이후는 능선길 완만한 내림에이어 경사가 비스듬히 스며든다.

뻐꾸기 울음소리가 우렁차다.

탁란의 대명사인 뻐구기는 대표적 한반도 여름철새로 보통 5월에 와서 8월에 간다.

한반도에 지체하는 짧은 기간덕에 뱁새둥지에 알을 낳는다.

먼 대륙에서 이동해옴으로 기진맥진 상태에서 머무는 짧은 시간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울 시간적여유가

없다고 한다.

또한 뻐꾸기의 강제 입양은 뱁새의 개체수 무한증식을 조절하는 성격도 있다.

뱁새는 뻐꾸기 알을 키우고도 다시 자기알을 낳을수있기 때문이다.

학술적인 의미이기는 하지만 조류학자들이 뻐꾸기의 게으름을 덮고자 지어낸 이야기는 아닐런지?....

하는 괜한 시기가 생긴다.

평범한 능선길에 이어 10여분 완만한 오름길에 주능선 평정봉이다.

14:21

 

헬기장

후미일행을 기다리며 한쪽에 자리를 편다.

자리를 펴니 기다렸다는듯 빗줄기가 멈춘다.

냉국수와 낙지초무침 안주에 애주가의 침샘은 자극받고 서로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깊은 애정을 담고있는

시공간으로 입문한다.

14:45

재출발

10여분 평범한 능선길에 이어 오르고 또 오른다.

능선줄기상의 무명봉에 올라서니 눈앞의 하늘문이 넓어지기 시작한다.

오르며 내리기를

 

거푸하는 능선길이다.

고문님은 은적산 맷돼지 성향을 말씀하신다.

인간과 마주쳐도 도망가지않고 서로 마주 본단다.

맷돼지 왈!

'너는 인간이냐? 나는 맷돼지다!'라고 말한듯 서로 응시한단다.

듬성듬성 능선산죽길을 지나고 나서 능선봉 세번을 넘고서야 임도길로나와서 우측 오름길로 올라선다.

15:08

 

팔각정자

여기도 능선 봉우리다.

사방으론 떡갈나무와 신갈나무의 조화가 병풍처럼 호위하고있다.

구름과 바람과 비와 떡갈나무의 녹음이 충돌하는 대기상의 시공간,어지러우면서도 나란히 도열된 숲

망망대해같은 녹색풍경,흩어져내리는 빗방울은 녹음의 마디마디에 물을 퉁기며 횐님들을 감싼다.

하나의 공간에 압축된 마법액자다.

꽃게찜에 비파주와 막걸리 소주 맥주를 곁들인 연대의 한마당은 애정과 우정을 새긴채 무르 익어간다.

그린비상임고문님과 다순구미고문님은 어릴적 동요 한가락을 푸시는데 의리와 우정의 애잔한 노랫소리가

촉촉한 오후하늘에 울려퍼진다.

호쾌한 은적산의 등줄기와 하늘풍광을 누리는 주인공이 되는것이다.

15:50

재출발

내림길이 가파르다.

주위은 소사나무 군락지다.

다시 안부에 내려선다.

15:58

 

면소재지 삼거리

여기서 상임고문님과 만정님은 면소재지 방면으로 하산을 하신다.

다시 오름길 밧줄구간이 가파르다.

16:07

은적봉 700m 남은지점

계속 오름길이다.

두번째 밧줄구간 오름길이 끝나니 돌탑2개가 있는 마당바위에 도착한다.

 

정면으로 보이는 바로 앞봉이 상은적봉인데 조망은 안좋아 여기서 인증을 남기고

조망을 즐긴다.

비오는날 자욱한 안개는 필연적으로 멍시계를 조장한다.

사실 여기 마당바위 위가 조망이 좋은곳이다.

전에 몇번 와봤던 글쓴이의 경험으로 조망관을 몇자 서술 하기로한다.

남방면으로 동서로 영암호가 끝없이 도도한 물줄기를 드러내고 너머로는 해남 일원이다.

동방면으로는 주지봉,문필봉,그다음 월출산이 위용을 드러내고 우측 시계방향으로 월각산

별뫼,가학,흑석,두억봉의 등줄기가 고스란히 나타난다.

북방면으로는 영암의 평야지대가 광활하게 펼쳐진다.

서방면으로는 영산강과 남악일원이 시원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담양 북쪽 용추산 용소골에서 시작한 강은 광주,장성,나주,함평,무안을 지나 138km를 흘러내려와

서남해 목포에서 생명을 다함으로 끝을 맺는다.

다시 내리고 오른다.

16:27

 

 

 

상은적봉

은적산은 영산강 최남단의 산이다.

영암군 서호면과 학산면의 경계에 남북으로 길게 줄기를 형성한 아담한 산이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올망졸망한 산봉우리들이 겹쳐진 모습이 부드럽고 편안해 이곳 사람들은

어머니같은 산이라 부른다.

한편으로는 풍수지리상 임금을 모신 충신의 자태를 간직한 산이라 한다.

월출산 서쪽의 문필봉은 천황봉이 내린 지필묵이며 은적산의 관봉은 신하의 벼슬을

상징한다고 한다.

정상 조망은 꽝이라 인증만 남기고 서둘러 내린다.

이후 내림길은 가파르다.

16:33

학산신덕 갈림길

 

잠깐 너덜길도 나오고 한군데 전망처에서 동방면 조망을 즐기고 가파르게 내려선다.

16:44

 

장동마을 분기점

이후는 흙길 빗면 좁은 등로 급내림이다.

6분여 미끄러져 내려오니 임도로 내려선다.

16:50

고문님은 여기가 날머리라며 인증을 재촉하신다.

임도옆으로는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식민통치전 나라가 망할즈음 전국에 계란모양의 이 꽃이 만개하여 망초라 이름 붙여졌는데

그 이후로 농번기 철 논두렁 밭두렁 주위에 뽑아도 뽑아도 없어지지 않고 피어난다 해서

'개'자를 붙여 개망초라 굳어진것이다.

길가로 양봉통이 수북하게 진열된 삼거리를 지나고-옆에 임도는 상임고문님과 만정님이 내려오신 임도다.

-우측 장동 저수지를 지난다.

17:18

 

 

 

 

 

물방아골 쉼터 정자

사실 금일 산행의 최종 목표이자 하이라이트는 이제부터 벌어질 흥겨운 먹자판 축제의 장이 아닐까 한다.

글쓴이는 먼저 내려 차를 소환하여 동네 점빵에 들러 소주를 구입하여 정자로 되돌아 오는데

때마침 나주로 학업 전선을 떠났던 강차원이 혹까지 하나달고 독천에서 택시를 타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은적산장님의 촌닭 세마리가 보기좋게 양판위에 번질번질한 기름기를 발하고 적당히 먹기좋게

익은 김치는 촌닭과 합동으로 만찬의 한축을 형성하고 있다.

새소리와 자연의 소각소리는 난데없이 툭툭 튀어나와 공기중에 떠돌고 녹음의 알참과 계곡물 소리의

액체성이 똑똑히 오감을 타고 들어와 주거니 받거니 연대의 인식과 감흥은 무르 익음으로

촘촘해진다.

솔잎님은 또 참외를 손질하여 먹기좋게 조각내어 내시고 즉석 오징어 초무침까지 만들어 내시는데

횐님들 감탄이 연이어 터진다.

이렇듯 자연의 소리와 결합되어 침잠해 있다보면 시간 가는줄을 모른다.

화합과 기쁨과 애정의 시간표는 저물어 가는 해 속으로 모든 근심걱정을 연소 시키고

뚜렷이 기억되는 행복한 흔적의 증표만이 다음산행을 기약하게 된다.

다시한번 귀한음식을 제공해주신 은적산장님,솔잎님,우도미님께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사진:김인숙,박현재

글:박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