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지

2015년 10/10 설악산 서북능선 종주 산행일지

뫼루 2015. 10. 11. 14:13

산행일:2015년 10/10

산행지:강원도 인제군 북면,양양군 서면,속초시,고성군

산행순서:남교리 탐방지원센터-복숭아탕-1370봉/안산갈림봉-대승령-1408봉-귀떼기청봉-한계령삼거리-끝청-중청대피소-대청봉-오색리 남설악탐방지원센터

산행거리: 26.89km

산행시간: 12:46(조식.중식시간,쉬는시간 포함)

 

 

03:38

남교리 탐방지원센터

남교리 탐방지원센터 십이선녀 주차장에 당도하니 밤의 침잠과 컴컴한 적막만이 얼룩져 있을 뿐이다.

규모가 큰 몇개의 포장마차가 눈에 띄고 주차장은 비포장 모습으로 크다.

흔히 설악산 서북능선 종주를 할 때에는 대청봉에서 이 쪽으로 많이 진행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다른 산객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뭐 기상 예보도 그리 맑지 않고 약간의 비소식이 있는 터라 그런지도 모를 판이다.

 

 

십이선녀교를 지나 들어오는 방향으로 좌측에 등산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03:43

Gps상 해발 333m이다.

 

 

 

 

등산안내도 옆에 세워져 있는 12선녀탕쉼터 표시판을 지나 조금 진행하다 산문 게이트를 통과한다.

한동안 계곡과 나란히 함께하는 유순한 길이다.

어둠 속에서 보슬비가 이따금 흩뿌리니 메모는 이미 접은 상태다.

기억만으로 써내려간 일지의 내용이 다소 부실하고 궁핍하나 일기의 상황상 불가피했음을 실토한다.

03:55

 

 

대승령7.6km 이정표를 지나 진행한다.

완만한 돌길을 한동안 오른다.

 

 

몇 개의 출렁다리와 데크로드,돌길,돌계단을 반복하고 완경사,급경사를 거듭하며 오른다.

04:50

복숭아탕

 

 

마지막 데크전망대에 급치받이로 오르니 십이선녀계곡 사진조망판이 세워져 있다.

어둠 속으로 랜턴을 비춰보지만 암반 아래 구덩이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감지될 뿐 복숭아탕인지 복숭아땅인지 확연한 식별은 불가다.

십이선녀 계곡에 물웅덩이 '소'가 열두개라 십이선녀라 하는 모양인데 확연히 눈에 식별되는 건 6개쯤이라 한다.

뭐 이 몸이 확인한 것은 아니라 사실은 장담 못한다.

눈 앞에 있는 복숭아 씨앗도 구별 못하는데 어찌 12곳의 소를 장담하겠는가....

미명의 지체는 시간낭비라 곧바로 진행한다.

쇠봉으로 난간대가 설치된 급치받이 네발 암반 오름에 이어 가파른 된비알 오름이다.

05:05

우측으로 길게 내리뻗은 물줄기가 포착된다.

두문폭포다.

두문폭포 상단은 목격되나 더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어둠 속으로 들려오는 물소리와 어둠 속으로 비치는 하얀 물비늘만을 감지할 뿐이다.

짧은 목다리도 지나고 험악한 돌길도 지나 오른다.

다시 한동안 앞만 보며 오른다.

데크교,데크로드,데크계단,완만한 돌길,돌계단길을 반복하며 가파르게 오른다.

06:14

 

 

대승령1.6km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11-09 119소방 이정목에 1212m라 표기되어 있다.

진행할 방면 위로 능선의 하늘금이 옅게 보인다.

금방 날이 밝아 올 듯 하다.

잠시 다리쉼을 하며 옆에 흐르는 계곡물을 맛본다.

시원하고 상큼하다.

언제부터인가 멈췄던 보슬비가 다시 흩뿌리기 시작한다.

다시 오른다.

300여m 돌계단길을 가파르게 오른다.

날은 밝아오고 사시도 뚜렷해진다.

06:28

 

 

대승령1.3km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무명봉으로 서북능선 주릉에 올라선 것이다.

 

 

11-08 119소방 이정목에 1356m라 표기되어 있다.

천m 이상 업힐을 해온 것이다.

앞으로도 이보다 훨씬 높게 오를 봉우리는 많다.

완만하게 내리고 오르는 주릉길이다.

06:36

1370봉

갑자기 날씨가 돌변한다.

강풍을 동반한 싸리눈이 한바탕 쏟아 붓더니 거짓말 같이 날이 개인다.

이 무슨 변덕인가?변고인가?

바람이 불던지 비가 오던지 둘 중 한가지만 하라고 설악신께 마음으로 빌어 본다.

안산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는 봉우리이지만 안산은 비등길로 막혀 있다.

지엄한 국공의 출금 푯말이 세워져 있다.

 

 

11-07 119소방 이정목과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대승령까지는 1.0km이다.

전체적으로 내려가는 주릉길이지만 완경사,급경사는 반복된다.

막판 안부에서 다시 오른다.

06:59

 

 

대승령

안부로 생각 할 수 있으나 고갯마루다.

전체 산세로는 앞과 뒤에 솟아있는 봉우리 사이에 내려앉아 있는 안부의 형세이나 대승령도 넘어가는 고갯마루다.

가파르게 내린다.

다시 오르고 내림을 거듭하는 부침은 여느 산과는 그 급이 다른 천지 차이가 난다.

몇 개의 뽀족한 암봉을 급치받이,급내리받이로 진행하는 서북능선길이다.

07:57

 

 

귀떼기청봉3.6km 이정표를 지난다.

가파른 데크계단으로 무명 암봉에 올라선다.

안개는 짙은 구름이 되어 설악의 모습을 감추지만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이 조망 눈맛을 간간히 선사해준다.

우측 남방면 아래로 푹 꺼진 44번국도가 꼬불꼬불 내려다보이고 그 위로 뽀족한 가리봉과 주걱봉이 안개 속으로 조망된다.

북방면 내설악과 외설악도 그 몸통을 일순간 드러내다가도

다시 먹통 시야가 되기 일쑤다.

08:19

 

 

무명 암봉과 암봉 사이에 삼각점이 있다.

날카로운 암봉에 섬각점을 세우기가 마땅치 않아 능선길에 세워 놓은 듯 하다.

데크계단 내림도 거의 직각과 맞먹는다.

급내리받이로 내려 사나운 돌길 능선길에 이어 가파르게 오른다.

08:25

 

 

1408봉

사방 시야가 좋겠으나 짙은 안개정국으로 조망은 멍이고 시계는 꽝이다.

비가 오지 않는 것 만으로도 감지덕지다.

급내리받이 계단길과 가파르게 내리는 사나운 돌길이다.

08:59

 

 

귀떼기청봉1.7km 이정표를 지난다.

오르고 내리는 부침을 거듭하더니 본격 귀떼기청봉 오름길이 시작된다.

오르면서도 야트막한 무명 봉우리를 넘어선다.

지겹도록 오른다.

된비알 돌길,억척스런 너덜겅지대,급치받이다.

고약하기 짝이 없는 길이다.

길이라기보다는 그냥 가느다란 노끈으로 '지나가도 좋소'라고 알려줄 뿐이다.

사나운 너덜겅지대를 올라 좁은 소로길을 가파르게 오른다.

10:05

 

 

 

 

귀떼기청봉

소청,중청,대청이한떼 까불다 귀떼기를 쳐맞고 예까지 도망쳐 왔다는 귀떼기청봉이다.

 

 

이정표와 삼각점이 세워져 있다.

사방 시야는 훤히 트이는 곳이지만 짙은 안개로 조망 눈맛은 포기한지 오래다.

잠시 다리쉼,목축임을 한다.

다시 내린다.

조금 내리니 하나 둘 너덜겅 지대가 시작되더니 이내 광활한 돌서렁 지대가 끝도 없이 나타난다.

설악의 진정한 너덜겅 지대다.

여느 산의 너덜겅 지대와는 그 급이 천지 차이가 나는 돌서렁 길이다.

막대기에 가느다란 줄이 길게 설치되어 있어 이 곳이 길임을 알려준다.

한동안 굵은 돌들로 광활한 사면을 이루고 있는 설악의 진정한 너덜길을 내린다.

바닷가 섬에 있는 바위 사이사이를 넘나드는 갓바위길이다.

어릴 적 섬에서 해삼과 고동을 잡고 작은 돌들을 들춰가며 전복을 땄던 유년시절이 회상되는 그런 길이다.

비는 개이고 바람이 바위를 더듬어 마르게 해주니 미끄러움은 보장되는거 같아 그나마 다행이라 설악신께 고마운 마음 그지 없다.

너덜겅 지대가 끝나고서야 길은 조금 순탄해지고 완만히 내린다.

한계령 삼거리를 코 앞에 놔두고 길 아래 조그만 공터에서 점심을 먹고 진행한다.

11:33

 

 

한계령 삼거리

 

 

 

딱 6일만에 다시 보는 한계령 삼거리 이정표가 무지 반갑다.

우측 내림길은 한계령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대청봉을 향해 직진방면 능선길을 따른다.

능선길이지만 사나운 돌길,억척스런 돌들로 얼룩진 된비알이다.

한동안 오르고 내림을 반복하는 능선길이다.

가파르게 오른다.

끝청 전의 무명 봉우리를 지나 내린다.

내려서서는 유순한 능선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몇 군데 험악한 급치받이 구간은 있지만 전체적으론 지금껏 걸어온 20여km 길 중에서 가장 유순한 길이다.

다시 오름길이 시작된다.

주위는 다시 어둑해지더니 이내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옷가지를 다시 재정비 한 후 가파르게 오른다.

13:24

끝청

 

 

 

등산안내도와 조망판이 세워져 있다.

비는 내리고 볼 것은 없다.

바로 진행한다.

6일 전에 쪼그리고 앉아 도시락을 까먹었던 식당 자리를 지나 완만히 오른다.

오름길이 끝나는 지점은 중청 바로 아래에서 우측으로 허릿길로 틀면서부터이다.

허릿길에 이어 소청 갈림 삼거리를 지나 내린다.

14:10

중청 대피소

비바람은 점점 거세진다.

중청 대피소에서 잠시 몸을 피해 다리쉼,목축임,비상식 흡입을 한 다음 옷무새를 재정비한다.

대청봉을 향해 오른다.

우측 헬기장을 지나 데크로드로 오른다.

작년에만 해도 없던 데크로드다.

데크로드가 끝나고 사나운 돌길 오름이 시작된다.

강풍에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첫눈의 감격도 잠시 싸리눈인지,우박인지,진눈깨비인지 온 몸을 할퀴며 때린다.

잠시 얼굴을 들다가는 날아 들어오는 싸리눈에 얼굴의 살갗이 째지게 아프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거칠고 사나운 돌길은 전에 비해 많이 다듬어져 있는 모습이다.

몸뚱아리가 날아갈 듯한 진눈깨비 폭탄을 온 몸으로 맞으며 힘겹게 오른다.

14:30

대청봉

인증은 감히 엄두도 못내고 간신히 얼굴을 들고 정상석을 눈으로 확인한 걸로 마음 속 인증을 대신한다.

서둘러 내린다.

정상석 바로 아래 동남방면으로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이정표 방향대로 남설악탐방지원센터 오색지구로 하산길을 서두른다.

가파른 돌길 내림이다.

날아 들어오는 싸리눈에 살갗은 째지게 아프니 얼굴을 들 수가 없다.

한동안 땅바닥만 보며 내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2km 정도는 쭈~욱 내리는 가파른 돌길,돌계단길,데크계단길,원형목재 침목길,사나운 바윗길이다.

대청봉2.0km 이정표를 지나 200여m가파르게 내리면 마른 계곡을 만나면서 철교를 한차례 건너 데크계단,데크로드가 이어진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가파르게 내린다.

내리면서도 잠깐 잠깐 오름길은 몇 차례 나타난다.

데크전망대를 한 차례 지나 가파르게 내린다.

내리는 산객들마다 온전히 내리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절룩절룩 옆으로 기다시피 힘겨운 돌계단과 씨름하는 하산길 발걸음이 애달프다.

지능 잘록이에 몇 군데 벤치가 설치된 곳도 지나 내린다.

 

 

하산길 최종 종착점을 1.8km 남겨둔 곳에 등산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다행히 빗줄기는 그치고 시야는 선명하게 다가온다.

멈춰서서 옷가지를 재정비하고 모처럼 만에 인증을 남겨본다.

계속해서 쭈~욱 내리는 가파른 돌길,돌계단길이다.

한마디로 무릎팍 작살길이다.

가파른 경사면은 남설악탐방지원센터에 거의 내려와서야 순탄해진다.

16:29

 

 

남설악탐방지원세터

 

 

 

오색리 남설악탐방지원센터에 내려선다.

매표소 바로 앞에는 44번 국도가 지나간다.

내리는 방향에서 좌측은 양양 방면이고 우측은 한계령을 넘어 인제 방면이다.

그 가운데로 내리는 포장길은 모텔과 식당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곳이다.

27km의 설악산 서북능선 종주를 마치니 여러 성질의 사유들이 내면에 소용돌이친다.

멍산,안개산,바람산,비산,첫눈산 등등......

무엇보다 성취로 가슴 뿌듯한 만산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