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2017년 07/16
산행지:전북 남원시,전남 구례군,경남 함양군.산청군.하동군
산행순서:성삼재-노고단대피소/좌-노고단고개/직(우=노고단)-돼지령-피아골삼거리/좌직(우=피아골)-임걸령-노루목/우(좌=반야봉)-삼도봉-화개재/직(좌=뱀사골,반선)-토끼봉-명선봉-연하천대피소-삼각고지지킴터/우직(좌=음정마을)-삼각고지(봉)-전망대-형제봉-벽소령대피소/직(좌=음정마을,우=의신마을)-덕평봉-선비샘-전망대-칠선봉-영신봉-세석대피소/좌-청학동갈림길/좌(우=청학동,의신,거림)-세석갈림길/우(직=백무동)-촛대봉-연하봉-일출봉-장터목대피소/직(좌=백무동,우=중산리)-통천문-천왕봉(왕복)-장터목대피소(back)/우-백무동탐방지원센터-백무동주차장
산행거리: 34.50km (통천문-천왕봉 왕복 1.0km 생략)
산행시간: 15:57(조식,점심,휴식,알탕 시간 포함)
개인적으로는 두번째 지리산의 백두대간 주능종주이다.
글쓴이가 젊었을 적 화대(화엄사-천왕봉-대원사)종주로 지리의 너른 품을 숫제 패기로만 뛰어들었다면 이번 성백(성삼재-천왕봉-백무동)종주는 중년에 접어들어 등산의 원숙한 느낌으로 광활한 지리의 품속으로 파고든 산행길이라 말할 수 있음이다.
근래 심경이 요동치는 변화의 계기가 있어 지난 날들을 반추해가며 자성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바 실로 이번 지리산 종주 산행이 값진 깨달음을 얻게 되리라는 마음 간절하다.
지리산 종주는 장거리 산행으로 당일치기 산행으로는 시간에 쫒겨 발맛만 있을 뿐 자연과 동화되는 조망 눈맛이 없을 뿐 아니라 장마철 불순한 일기로 인해 원경 풍광이 전무하여 일지의 내용이 빈곤함으로 쓰임새에 충족치 못하고 그 전개상황에 있어 부족함이 느껴지더라도 읽는이의 넓은 아량을 구하는 바이다.
01:28
성삼재휴게소
시계는 깜깜한 적막의 세상이다.
너무 고요하여 별안간 무슨 일이 일어날 태세다.
난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심리가 역동한 반동성을 체득하게 된다.
노고단대피소에 있는 산문 게이트가 3시에 열리기때문에 비교적 여유를 가지고 화장실 용무를 해결하고 지참물을 확인하며 갖은 등산장비를 채비한다.
01:40
등산을 시작한다.
Gps상 해발 1123m이다.
천왕봉까지는 28.1km이다.
손전등에 의지해 어둠으로 점철된 무거운 침묵의 임도길을 한동안 완만히 오른다.
솔찍히 이 길은 밤에도,낮에도 내려와보기도 하고,올라가보기도 하고 여러 번 다녀본 길이지만 늘 묵직하게만 느껴진다.
임도와 데크계단,돌계단을 지나 오른다.
02:13
노고단대피소
산문게이트는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다.
바로 옆 대피소 취사장에만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을 뿐이다.
화장실만 공사중일 뿐 상황은 작년과 똑같아 보인다.
거센 바람은 질주 본능이라는 본연에 임무에 충실하고 간간히 이슬바람도 몰아친다.
산문게이트 옆 주목에 이슬꽃이 만발해 있다.
라이트 불빛을 얻히니 초롱초롱 촘촘하게 영롱한 은빛 비늘꽃을 발산한다.
밤이든,낮이든 이처럼 산야에 아름답지 않은 건 하나도 없다.
물질의 폭주와 인간의 교만만 그걸 모를 뿐 멈춰보이는 듯한 거대한 유기체적 집단 생물체는 아주 정교하고 규칙적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광활한 자연의 중추적 짜임새로써 소용이 되고 또 순환해가며 부활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데크 밖과 취사장 안을 왔다갔다 서성거리며 갖가지 상념에 젖는 이유다.
02:55
노고단대피소 앞 마당에 가로등 불빛이 환하게 밝혀진다.
곧,국공직원이 나와 산문게이트 열쇠통 잠금장치를 풀어준다.
주저없이 다시 재출발을 단행한다.
천왕봉을 향한 힘찬 도약의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노고단대피소에서 천왕봉까지는 25.9km이고 장터목대피소까지는 24.2km이다.
낮12시까지는 장터목대피소에 내려서야 천왕봉을 왕복 후 백무동으로 내려설 계획이 여유롭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계산이 선 상태다.
그렇다면 시속 2.7km의 평균속도로 진행해야 한다.
머리의 계산을 다리의 신속성이 따라줄지는 나중 일이다.
자연석 돌들이 깔린 완만한 오름길이다.
여러번 다녀본 길이라 눈보다는 발이 먼저 기억하고 진행할 길에 한 치의 주저함이 없다.
노고단고개를 넘어선다.
민대머리 너른 고갯마루라 강풍은 산객의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진행에 장애물임을 자처한다.
바람에 덜컹거리는 노고단고개 산문게이트를 잽싸게 통과하여 숲 속으로 몸을 숨긴다.
거대한 지리의 속살에 온전히 몸을 내맡기는 것이다.
보이는 건 오로지 손전등 불빛과 들리는 건 오로지 산객의 발자국 소리다.
숨은 멈춰지고 기운은 넘친다.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밝음을 본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은 극한의 고요한 어둠 속에서 깊은 심연에 가득찬 환희의 울림을 듣는다.
완만히 진행하는 지리의 백두대간 주능길이다.
03:32
돼지령
피아골삼거리까지는 0.7km이다.
조금 내리는 길이지만 비교적 완만하다.
어둠과 싸울수는 없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는다.
어둠이 곧 밝음이고 밝음이 곧 어둠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어둠속의 삶이 단조롭고 정지된 시공간인 듯하나 생명들의 역동성이 가장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시간이 어둠 속 세상이다.
산객의 발걸음이 가장 왕성하고 광폭하게 움직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03:41
피아골삼거리
천왕봉까지는 22.7km이다.
우측 피아골 방향은 피아골계곡을 지나 직전마을로 내려서는 방면길이다.
가장 최근에는 작년 여름에 내려섰던 길이고 5년 전에는 올라섰던 길이다.
좌 직진하여 완만하게 진행한다.
03:48
임걸령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다.
반야봉 갈림길이 있는 노루목을 지나 그 다음 삼도봉까지 계속 오르는 시발점이 임걸령이다.
침목계단과 자연석 돌계단길을 반복하며 한동안 오른다.
04:14
노루목
반야봉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이다.
좌측 오름길이 반야봉 방면이다.
반야봉을 다녀올까 말까 하는 찰라의 혼선을 단념한다.
올라가도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우 직진하여 오른다.
천왕봉까지는 21.0km이다.
100여m 가파르게 오른다.
04:31
삼도봉
일명 날라리봉이라고도 한다.
너른 암반으로 이루어진 봉우리이다.
암반 위에 삼도를 가르키는 삼각 형태의 삼도봉 표시기가 세워져 있다.
전라남도,전라북도,경상남도 세 개의 도가 만나는 경계점이어서 삼도봉이다.
여기 외에도 백두대간상의 삼도봉은 두 곳이 더 있다.
무주 대덕산 아래 초점산이 삼도봉이고 영동 민주지산 석기봉 옆 삼도봉이 그곳이다.
암반 이곳저곳을 기웃거려보지만 쉼없이 넘나드는 안개바람만이 머릿결을 어지럽게 흐트러지게 하고 지나갈 뿐이다.
천왕봉까지는 20.0km이다.
거친 돌길로 가파르게 내려 데크계단으로 길게 내린다.
04:48
화개재
넓은 안부 삼거리이다.
좌측은 뱀사골계곡으로 내리는 반선 방면이다.
그 맞은편에는 공사용 자재들이 무수히 쌓여 있다.
연하천대피소까지는 4.2km이다.
희붐의 징조가 느껴진다.
점점 날은 밝아오고 새들의 합창소리는 청아하게 들려온다.
두 명의 산객이 헤드랜턴을 밝히며 교차해 지나간다.
손전등을 꺼보니 진행에는 지장이 없어 보인다.
가파르게 오른다.
05:24
토끼봉
넓은 헬기장이다.
군용색깔의 대형 모기장 형태가 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비박용 천막이다.
국립공원은 비박 자체가 불법이니 법은 지켜가며 살 일이다.
천왕봉까지는 18.0km이다.
내리고 다시 오른다.
05:57
독도상 운봉무덤이라고 표기된 지점이다.
운봉무덤이라 함은 운봉의 무덤인가? 운봉에 있는 무덤인가?
이 근처 어디쯤에 있다는 말인가?
등로는 평범한 암반으로 이루어진 능선봉을 넘어가며 진행된다.
조금 내리고 한동안 계속 오른다.
06:23
명선봉
연하천대피소까지는 0.4km이고 천왕봉까지는 15.4km이다.
데크계단으로 길게 내린다.
06:30
연하천대피소
산길에 없던 객들이 대피소에는 많다.
기상 후 아침식사 준비로 대피소 주변은 시끌시끌 어수선하다.
대피소 좌측에 있는 식수터에서 한 바가지 담아 목을 축인다.
물맛은 달달하나 주변의 시선은 거북하다.
벽소령대피소까지는 3.6km이고 천왕봉까지는 15.0km이다.
완만하게 진행한다.
06:43
음정마을 갈림길
삼각고지지킴터가 자리하고 있는 음정마을 갈림길이다.
좌측은 음정마을 방면이다.
우 직진하여 진행한다.
벽소령대피소까지는 2.9km이고 천왕봉까지는 14.5km이다.
완만히 오른다.
06:49
삼각고지
지리01-24 119소방 이정목이 세워져 있고 그 이정목에 삼각고지라고 표기되어 있다.
남방면 조망이 트이는 곳이나 시야에 든 건 먹먹한 구름바다다.
배낭을 벗어두고 주먹밥과 과일쥬스로 민생고를 해결한다.
다시 갈 길을 잇는다.
가파르게 내리고 안부 지나 가파르게 오른다.
형제봉 오름길에 장터목대피소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가 댁을 나와 출발했다는 톡을 전해 듣는다.
친구를 만나게 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발걸음은 산뜻해진다.
07:25
바위 전망대
지리01-26 119소방 이정목이 세워져 있다.
암봉 위에 서보지만 시계는 멍이고 조망은 꽝이다.
아침은 밝아왔지만 어느새 밤바다는 구름바다로 변모한 상태다.
가파르게 내린다.
07:32
형제봉
갈라져 있는 두 덩어리 바윗덩이다.
길가 옆에 형제봉 이정목이 세워져 있다.
주변을 염탐하고 구름바다를 기웃거려보지만 별 흥미는 들지 않는다.
장터목대피소까지는 11.2km이다.
이후 벽소령대피소까지는 지루한 거친 돌길,된비알,억척스런 돌길,가끔은 순탄한 흙길 등을 반복하며 잔잔하게 오르내림이
이어지는 길이다.
지천에 널린 여름 야생화들이 지친 발걸음을 위무해준 듯하다.까치수영,전호나물,노루오줌,말라리,원추리,산수국,싸리나무꽃,일월비비추 등...
노루오줌과 산수국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08:07
벽소령대피소
대피소 직전에서 좌측 음정마을 갈림길을 지나고 대피소 앞에서 의신마을 갈림길을 지난다.
벽소령대피소에는 산객들이 몇명 없어 보인다.
세석대피소까지는 6.3km이고 천왕봉까지는 11.4km이다.
완만히 진행한다.
완만한 허릿길과 능선길이 길게 이어진다.
독도상에 표기된 마른재를 지나 가파르게 오른다.
독도상 덕평봉이지만 어떤 이정표시기도 세워져 있지 않다.
조금 아래 선비샘 이정목이 세워져 있다.
완만히 내린다.
09:05
선비샘
선비샘 유래판이 세워져 있다.
어떤 산객 한 명이 과도를 들고 참외를 깎고 있다.
짐짓 모른 채 글쓴이도 바가지에 가득 담아 생수를 들이킨다.
시원하니 맛이 좋다.
피로한 몸뚱이 순간 건조해진다.
의욕은 솟구치고 마음은 상쾌해진다.
식음수가 아니라 신령수다.
창일한 에너지를 얻고 선비샘을 등 뒤로 밀어낸다.
세석대피소까지는 3.9km이다.
허릿길로 돌아 가파르게 오른다.
09:46
지리01-37 119소방 이정목이 세워져 있는 바위 전망대에 올라선다.
천왕봉을 찾아보라는 조망판이 세워져 있다.
장터목대피소 한 쪽 구석이 보인 듯 하더니 이내 구름이 삼켜 버린다.
이색적인 안개바다가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하나 청량한 기운은 차고 넘친다.
천왕봉까지는 7.5km이다.
가파르게 내리고 가파르게 오른다.
09:58
칠선봉
세석대피소까지는 1.9km이고 천왕봉까지는 7.0km이다.
오르내림을 서너차례 반복하며 한동안 진행하다가 가파르게 오른다.
10:44
영신봉
지나가는 능선봉에 불과한 봉우리이다.
세석대피소까지는 0.6km이다.
급경사+완경사로 내린다.
10:53
세석대피소
대피소 우측 옆에서 좌틀하여 대피소 앞을 지나 진행한다.
장터목대피소까지는 3.4km이다.
곧 갈림길을 만난다.
우측은 거림,청학동 방면이다.
좌틀하여 백무동,장터목대피소 방면으로 오른다.
다시 갈림길을 만난다.
10:56
세석 갈림길
직진은 백무동 방면이다.
우틀하여 장터목대피소3.4km 방면으로 진행한다.
완만히 오른다.
11:17
촛대봉
장터목대피소까지는 2.7km이고 천왕봉까지는 4.4km이다.
다시 한동안 잔잔하게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거친돌길이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한 차례 바위전망대를 지나 가파르게 내려 안부에 떨어지니 남방면 조망이 밝게 다가온다.
두리뭉실 높게 솟아있는 광양 백운산이 돋보이게 조망된다.
구절양장 억척스런 돌길이 이어진다.
다시 가파르게 오른다.
12:15
연하봉
장터목대피소까지는 0.8km이다.
완만히 내리더니 조금 오른다.
12:20
일출봉
장터목대피소까지는 0.4km이고 천왕봉까지는 2.1km이다.
완만히 내린다.
12:28
장터목대피소
1분 먼저 도착한 친구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취사장 안에 들어가 같이 점심을 먹는다.
대견하고 자랑스럽기 그지 없는 친구다.
타인에 대한 지나친 교만을 경계하고 의도를 목적화하지 않은 순결한 자기애의 배려를 배운다.
12:55
천왕봉을 향해 다시 갈 길을 잇는다.
우측은 중산리 방면이고 좌측은 백무동 방면이다.
직진 방향 천왕봉까지는 1.7km이다.
연하봉 지나 욱씬거리던 왼쪽 무릎팍이 삐그덕거린다.
천왕봉까지 오를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친구를 먼저 올려보내고 뒤를 따르며 미음 완보로 오른다.
친구는 어느덧 시야에서 사라지고 한없이 뒤쳐져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전화를 해보니 정상 100m전이란다.
13:45
통천문
천왕봉까지는 0.5km이다.
천왕봉을 포기하고 통천문 위에서 서방면 조망을 즐기며 친구를 기다린다.
애써 무릎팍을 작살내가며 오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앞으로도 하산길이 7.0km이상 남아있기에 근심을 더 키울 이유는 없다.
쉼없이 흘러가는 구름속에서도 백무동 초입의 마천면 소재지와 바로 아래 칠선계곡과 창암산,칠암자길로 유명한 삼정산,그 뒤로 만복대부터 바래봉까지의 지리의 서북능선을 띄엄띄엄 관망한다.
지금까지 지리산 천왕봉을 한두번 오르건 아니지만 금일은 더 많이 아쉬움을 남긴다.
14:00
천왕봉
친구가 찍어 전해준 천왕봉 주변 풍광을 첨부한다.
30여분 기다리고 있으니 얼굴에 환희꽃이 만발한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된다.
장터목대피소 방면으로 다시 내린다.
14:50
장터목대피소(back)
대피소 데크 벤치에 앉아 잠시 입축임,다리쉼을 즐긴다.
장터목대피소 화장실 앞을 지나 백무동계곡으로 내리는 본격 하산길에 돌입한다.
그간 이 길로 한 번 오르고 이번이 세번째 내려가는 길이지만 왠지 낯설기만 하다.
무릎팍이 아파 지겨운 하산길을 미리 들여다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길의 형태는 똑같으나 세 가지는 전과 다른 모습이다.
소지봉 이정목에 소지봉 푯찰이 뜯어져 없어진 점과 하동바위 앞 낙석위험으로 인해 데크계단과 데크교가 새롭게 신설된 점,그리고 참샘이 보강,신축되어 음수 가능한 약수터로 탈바꿈되어 있다는 점이 전과 다르다.
백무동 1.6km를 남겨두고 계곡물에 몸을 담그는 알탕을 감행한다.
물은 차갑고 무릎팍 통증은 조금 가신다.
10여분 후 다시 하산길을 이어간다.
쭉 내린다.
17:37
백무동 주차장
주차장에 내려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 친구가 더없이 애틋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