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2016년 12/04
산행지:전남 보성읍.득량면
산행순서:기러기재/그럭재-반섬산/우-풍치재/직-배각산-보성사갈림길/직(우=보성사)-봉화정-봉화산정상-봉화대/좌-가실재-삼각점봉-화죽사거리/직-화동마을갈림길/우(좌=화동마을)-봇재주차장
산행함께님:다순구미고문님,산마루님,선이님,돌담님,건강한세상님,촌놈님,새벽이부회장님,캐나다님,선데렐라님,김의열님,김혜자님,윤영심님,김병욱님,산으로님,버터플라이님,좋은뿌리번개팀장님,산골뱅이님,알프스고문님,전납실님,진영춘님,김아영님,도요비님,썬파워님,김복희님,크린트님,주신회장님,축구왕슛돌이부총무님,정정아님,두봉산전회장님,함평천지님,박진범님,오행진님,울금짱님,이섬님,주춧돌님,뮤즈님,이형곤님,청학님,느티나무님,판돌님,뫼루 이상 41명
산행거리: 10.20km
산행시간: 3:14(쉬는시간,점심시간 포함)
올해를 마무리하는 송년산행에서 뫼루의 처음 저질러지는 실수가 노출된다.
어찌됐든 택시를 잡아타고 이리저리 쫒아다니다 해수청에 도착했지만 더 늦은 헤라님 덕분에 글쓴이의 실수가 반감된 듯 하다.
속은 왠지 씁쓸,부끄부끄,산뜻하지 못하고 개운치가 않다.
08:40
해양수산청
함께할 횐님들의 인원점검이 끝나자 거대녹산호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보성의 진산 봉화산 산행은 숫제 회원님들께는 미지의 탐방지에 건설될 거룩한 역사를 향해 진전하는,출항의 깃발을 올리는 것이다.
2번 국도로 녹산호는 내달린다.
먼저 회장님의 인사말씀에 이어 다순구미고문님의 인사말씀까지 전해듣는다.
이어서 산행안내를 끝내고 1부 행사를 마친다.
09:15
밤재 휴게소
목포.광양간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에는 호황기를 구가했던 휴게소였는데 지금은 오가는 이 없으니 스산하고 쓸쓸하다.
주신회장님표 떡과 조두현사장님표 깨죽으로 아침을 간단히 요기하며 정겨운 환담을 나눈다.
(귤 두 박스를 찬조하신 신안산악회 전납실님께도 감사한 마음 전한다.)
다시 탑승하고 갈 길을 잇는다.
녹산호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다시 2부 행사를 이어간다.
새로 오신 횐님들 자기소개와 인사말씀을 전해듣는다.
들머리 도착 즈음하여 그동안 다녔던 산 중에서 어디 산이 정상석이 제일 컸냐고 물어보자
선데렐라님 왈,
'조기석이요'
ㅎㅎㅎㅎㅎ
09:49
기러기재
2번국도 변 풍치마을 정류장 앞이다.
어떤 지도에는 그럭재로 표기된 곳도 많아 기러기재든,그럭재든 혼용해도 무방할 듯 싶다.
등산채비를 마치고 막 출발하려는데 울금짱님이 무전기2대를 내어준다.
무슨 무전기냐고 묻자 농사 지으면서 늘 사용하고 있는건데 한번 사용해보라며 가지고 왔다고 한다.
이후 무전기는 혼선이 심해 한번도 사용하지 못하고 글쓴이의 배낭 무게에 가속도를 붙이는 무용지물이 되었지만 그 마음 씀씀이가 얼마나 고귀한 지 모른다.
작년에 한참 공사중이었던 그러기재 생태축은 완공되어 깔끔하게 단장해놓은 모습이다.
풍치마을 정류장 옆 들머리 입구에서 단체사진을 인증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2번국도를 무단 관통해 중앙 분리대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자 하는 산으로님의 그 진사 정신을 높이 칭송하는 바이다.
'위험하니 다음번에는 그러지마~~'
30여m 진행하자 데크바닥이 깔려있고 정자와 등산안내도는 새롭게 꾸며져 있다.
또 한번 단체인증을 남긴다.
포근한 편백숲에 진입하니 생태축 대룡산 방면은 데크계단으로 새로이 단장되어 있다.
봉화산과 대룡산을 잇는 호남정맥 연결구간이다.
덕분에 2번국도 중앙분리대를 넘나들며 노출되었던 무단횡단의 위험성이 확실하게 해소된 것이다.
이정목에 서서 인증을 남기고 가파르게 오른다.
몸으로 나타낸 횐님들 걸음걸이는 나비떼가 날아오르지만 침묵하는 나무는 시야에 가득찬다.
떡갈나무로 대표된 신갈나무,굴참나무 등의 참나무류 잎사귀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
떨어진 나뭇잎을 밟는 횐님들 발자국 아래로는 낙엽의 꽃이 피어난다.
점점 선등그룹과 후미그룹간의 간극이 벌어진다.
10:14
반섬산
먼저 방향 표시지를 땅바닥에 깔아둔다.
선등그룹을 먼저 떠나보내고 후미그룹을 기다리고 있으니 바로 아래 벤치쉼터에서 옷가지를 재정비하는 상황이 목격된다.
막 출발하려는데
돌담님,
'진통약 있어요?'
'왜? 어디 아프세요?'
'허리가 좀.....'
배낭 속 비상약통에서 진통약을 한 알 건네준다.
조금 있으니 한결 낫다고 한다.
뚝심 넘치는 강골 체력이지만 은근 걱정이 앞선다.
임도로 내려선다.
10:21
풍치재
임도 사거리다.
풍치재를 나타내는 표지석이 남근 모양이라서 횐님들께 알려줄려고 하는데 5톤 트럭이 주차되어 있어 시선이 가려 보이지 않는다.
'저기 기가 막힌 남근석이 있는데....'
옆에서 선데렐라님,
'에이~아깝네~~~~~'
ㅎㅎㅎ
목책난간대 원형목재 계단길로 오른다.
가파르게 오른다.
완경사,급경사를 반복하며 한동안 오른다.
지금껏 같이 산행을 오랫동안 해왔던 약사산악회 주축 횐님들이 수상함을 넘어 찬탄을 금치 못하는 경악할 수준의 기량을 보여준다.
건강한세상님,캐나다님,주춧돌님,이섬님 등이 선등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일반적 규범을 벗어난 시장에서 적법한 절차에 반한,허용치 않은 불사초라도 드시는 걸까 하는 억지 쌩떼가 꿈틀거린다.
걸음은 당당하고 마음은 넉넉하며 표정은 여유가 넘친다.
전에 다른 산악회에서 몇 번 산행을 같이 했던 정아님이 배추를 통으로 꺼내어 나눠준다.
서로서로 쌩배추 시식에 여념이 없다.
우걱우걱 냠냠......한 장 두 장 토끼가 되고 세 장 넉 장 염소가 된다.
쌩배추로 수분을 섭취하며 다리쉼을 즐기고 있는데 잠시 쉬어가라는 말을 애써 외면하고 느티나무님과 함평천지님은 앞질러 올라간다.
10:32
배각산
전에는 없었는데 모 단체에서 달아둔 배각산 표시지가 눈에 띈다.
등로에서 우측으로 4m 숲 속 나무에 있다.
크게 독도에 관심갖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곳에 있다.
캐나다님,이형곤님,이섬님,선데렐라님,느티나무님,주춧돌님 선등그룹의 단체인증을 시도해보지만 걸리적거리는 가시잡목과 넝쿨이 있어 들어오지 않는다.
캐나다님 독인증만 핸폰에 내장하고 내려간다.
내리고 올라서서는 포근한 능선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정면으로 봉화정이 목도되고 남방면 좌측으로는 칼바위로 유명한 보성의 오봉산이 산행 내내 좌측 옆구리에 붙어다닌다.
평탄한 주능길,완만한 능선길,포근한 낙엽길,함께한 동무길,편안한 친구길,넉넉한 녹산길이다.
낙엽이 무수히 쌓여 있다.
서걱서걱,싸극싸극,뿌삭뿌삭....
낙엽이 부셔진다.
짓밟혀 쪼개진다.
자연의 순환에 제몸 온전히 육신을 내맡긴 것이다.
횐님들 걸음걸이는 춤떼가 날아오르고 발밑으로 낙엽의 꽃은 무수히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
순환의 본질상 잘게 쪼개지는 건 비,바람 때문이지 사람들 발자국에 짓눌려 쪼개지는 건 극히 미비하다.
11:07
보성사 갈림길
우측은 보성사 방면이다.
벤치가 2개 있어 잠시 다리쉼을 즐긴다.
느티나무님과 함평천지님은 먼저 올라가고 글쓴이를 비롯한 다음 이진 그룹은 합세를 도모한다.
이형곤님과 캐나다님이 따라붙으며 합세 대열에 동참한다.
이정목에서 인증을 남기고 정상 막바지 오름길에 나선다.
완만히 오른다.
다시 산죽밭을 가파르게 오른다.
작년만 해도 없었던 임도가 새로이 뚫려 있다.
세번째 오르는 봉화산이건만 이런 토목공사는 빛의 속도로 진도가 빠르다.
멀쩡한 산은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산이 운다.
새는 더이상 소리내지 않는다.
공기는 희읍의 물결을 이루고 성이 난 나무는 통곡한다.
돌들은 심하게 다리를 절고 흙은 제 색깔을 잃어간다.
임도를 관통하여 오른다.
11:21
봉화정
먼저 올라온 느티나무님이 이쪽이 바람이 덜 든다며 점심자리를 권장해준다.
배낭을 풀어헤치고 모여 앉아 음식들을 꺼내놓는다.
조금만 기다리면 후미그룹까지 다 도착할테니 잠시 기다려보자며 점심시간을 지연시켜보지만 추위를 견디며 성찬을 인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밥상을 펼쳐들고 먹기 시작한다.
천천히 먹으라며 다독거려보지만 소박한 오찬에 즐기는 작은 풍류는 급기야 쾌속으로 질주하고 만다.
속속 횐님들이 올라온다.
신안산악회 횐님들이,알프스 횐님들이 잇따라 연이어 올라온다.
거의 후미그룹 마지막 즈음에 고문님이 올라오신다.
드디어 다 모여 화합의 꽃이 만발하는 산정 오찬을 즐긴다.
추위는 젓가락의 반복 횟수를 급격하고 빠르게 증속시킨다.
선등그룹은 밥상자리를 정리하지만 후미그룹은 한참 성찬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 중이다.
특히나 슛돌이 부총무님의 화덕은 라면의 수중기를 힘차게 내뿜고 그 속에 산골뱅이님표 쭈꾸미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한 잔 술잔에 충실하는 눅진한 안주가 되어간다.
아름다운 연대의 한마당은 풍성하게 익어간다.
선등그룹은 다시 갈 길을 도모한다.
완만한 잔딧길을 100여m 오른다.
12:14
봉화산 정상
엄청 큰 정상석을 배경으로 개인별,단체별 인증을 남긴다.
정상석 크기로만 본다면야 남한땅에서 열손가락 안에 든다고 하면 서운해 할란가
아니,다섯손가락에 든다고 해도 언어에 도단끼는 없을 듯 싶다.
인증을 남기고 바로 옆 봉화대로 올라선다.
보성군에서 증축,보수를 잘해둔 봉화대다.
주위로는 나무들이 너무 웃자라 조망은 그닥 밝지 않다.
봉화대 오른 횐님들은 너나 할것 없이 봉화대 꼭지점에 솥딴지를 걸쳐놓고 불을 피워 뭐뭐뭐를 잡아 끓여 먹자고 한바탕 아우성으로 소란하다.
엇나간 유머는 질서를 교란시키고 토해낸 웃음은 화목으로 승화된다.
12:19
봇재주차장 방면으로 내린다.
가파르게 내린다.
12:31
가실재
뒤따라오는 느티나무님,
'거리 표시는 엉망이네요?
아까도 1.3km이더니 지금도 1.3km네요'
'네,
거리표시기는 믿지 말고 방향표시기만 참고하세요'
뒤에 주춧돌님은 아무 말이 없다.
'...................'
다시 오른다.
올 여름에 한참 공사중이던 삼각형태의 철탑시설물은 다 완공되어 본연의 임무에 열중하고 있다.
가파르게 오르고 다시 능선에 몸을 담는다.
다시 푹신한 낙엽길이 이어진다.
낙엽은 쇠락과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의 생성을 차비하는 적멸의 꽃이다.
체로금풍에 제 살결을 드러낸 나목들도,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한 님들도 모두가 같이 호흡하는 안중지인이다.
같이 걷고,같이 먹고,같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크나 큰 행운이고 축복인가
기쁨에 겨워 숨은 멎고 보람은 배가된다.
12:42
삼각점봉
벤치가 두 개 설치되어 있다.
바로 아래로는 이동통신 송신탑이 두 곳 자리하고 있다.
삼각점에 발인증을 도모한다.
남방면 오봉산 뒤로 고흥 팔영산이 특유의 오돌통한 자태를 내뿜고 있다.
촌놈님은 봄철 산딸기 타령에 열변을 토하시고 오행진님과 돌담님은 찐득이 타령에 박장대소한다.
주거니받거니 산중해학은 나무에 걸리고 구름으로 피어오른다.
뮤즈님은 삼각점 발인증을 채근하고 생떼를 쓰는 뮤즈님 투정에 점잖은 진범님은 어린아이 같이 수줍은 웃음을 발산한다.
저마다 명향이 진동하는 진득한 빛깔로 송년의 해넘이를 풀어놓는다.
이동통신 송신소를 지나 임도로 내린다.
주춧돌님은 임도 옆으로 산길을 만들어 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신다.
백번 지당한 말씀이다.
13:06
화죽사거리
직진 방면으로 오른다.
올라서서는 송림숲 솔가길을 걷는다.
꼬끝이 알싸해지는 삭풍이 인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신년을 다짐하는 사색하기 좋은 무던한 길이 이어진다.
두 차례 오르내림을 거듭하고 석벤치가 2개 자리한 조망처에 올라선다.
주춧돌님,돌담님,느티나무님,글쓴이가 선등그룹을 유지하고 있다.
구름과 빛이 뒤섞이는 남쪽 하늘이 희읍스름하다.
보성만과 득량도가 한껏 가까이 다가와 있다.
남서방면 활성산은 어둑하지만 명징한 마루금의 형세가 하늘을 어루만지고 있다.
다시 가파르게 내리고 원형목재 계단길로 가파르게 오른다.
13:40
화동마을 갈림길
우틀하여 가파르게 내린다.
우측 길가로 편백나무가 일렬로 도열하여 반긴다.
왼쪽 아래로 보여야 할 거대녹산호가 보이지 않는다.
전화를 하니 봇재휴게소 화장실 앞에 있단다.
고갯마루 잔등에서 내려오면 날머리에 주차장이 있다고 하니 거대녹산호가 꿈틀거리며 내려온다.
13;52
봇재주차장에 내려선다.
올해를 마감하는 정기송년산행은 한마디로 꽃보다 잎이다.
그간,그동안,오늘까지 함께해 주셨던,함께해 주신 모든 횐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명행이 찬란하게 비상하는 녹산은 연락의 본거지이며 산행의 중심지다.
그와 연관된 모든 인연들은 그 자체로 활화다.
언제나 어깨 위에 머무는 산행은 결코 가라앉지 않음으로 찬연히 계속된다.
사진:정재철,박현재
글:박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