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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9 한라산 정기산행일지-[목포녹색산악회]

뫼루 2016. 1. 11. 20:36

산행일:2016년 1/9

산행지:제주도

산행함께님:김혜란님,김학순님,박은주님,김혜리님,김경희님,윤점희님,박춘례님,김태석님,김맹희님,노일녀님,강미례님,조연진님,오귀재님,최옥자님,고경숙님,권희님,나영희님,김성례님,조영례님,김영미님,김판용님,이영길님,주일기님,문병연님,이경태님,김재현님,정재철님,정수연님,윤영심님,노호근님,정순혁님,뫼루 이상32명(혹,함께한 님 중에 실명이 틀리거나 다른 분이 계시면 댓글주시기 바랍니다)

산행순서:성판악-속밭대피소-진달래대피소-백록담-성판악(일자 왕복 원점회귀)

산행시간: 7:25(쉬는시간,점심시간 포함)

산행거리: 19.2km

 

 

해마다 신년맞이 한라산 등정을 1월 둘째주에 해온 터다.

올해로 9년차를 맞이하지만 등산 일정은 그 전에 비해 다르다.

목포에서 출항하는 심야배의 출현으로 일요일 산행이 아니라 토요일에 산행을 하게 됨으로써 등로의 혼잡함을 피하고 하산 완료 시각의 중압감을 떨쳐보고자 토요일 산행을 선택했지만 차후 일정을 계획하는데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결말을 체득하게 된다.

6:30

제주 국제 여객터미널

두 집 살림이 성판악과 돈내코로 이동하는 시간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고자 버스 세 대에 분승하여 출발하려 하지만 저마다 다른 날머리 선택과 다른 일정으로 인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된다.

7:30

성판악






'눈이 얼마나 있을까?'하는 들뜬 의구심은 성팍악에 당도하자 마자 쓸데없는 기우임을 자각하게 된다.

주차장 바닥은 빙판으로 미끌미끌하고 진행할 방면의 등산로 입구 산자락에는 흰 눈이 산야를 뒤덮고 있다.

점심으로 제공한 따스락 도시락을 전달받고 화장실 용무와 갖은 등산장비를 장착하고 아이젠을 착용한다.

화장실은 작년에 비해 반대편으로 옮겨져 있다.

길게 줄을 지어선 화장실 용무 행렬이 끝이 없다.

한동안 '녹산!,녹산!,녹산!을 외치며 집결을 시도해보지만 협소한 화장실과 폭증한 산객들의 충돌로 시간은 속절없이 기다림만을 강요한다.

8:03



32명이 버스에서 내렸지만 몇 명은 이미 올라갔는지 보이질 않아 다급하게 단체인증을 남기고 산행을 시작한다.

잔잔하게 진행하는 초입지 발걸음이 오히려 더 조심스럽다.

눈이 많이 왔으면 돌들을 다 덮었을 것이고 그 반대면 맨땅이 통째 드러나 걷는데 나름 손쉬울 것인데 이건 어설프게 쌓인 눈길 돌길이라 초반부터 엄청난 집중력이 요구된다.







좋은뿌리님을 선등으로 밀고 글쓴이가 후미를 맡아 한동안 완만히 오른다.

8:58



한 시간여 오르니 해발 1000m표지석을 지난다.

두 분이 뒤로 쳐지고 또 두 분이 따라오지를 않는다.




울창한 편백숲 벤치에 앉아 10여분 기다리고 있으니 여성분 두 명이 따라붙고 제일 먼저 뒤쳐진 두 분은 감감무소식이다.

어차피 오른 길로 다시 되돌아 내리게 되어 있으니 크게 걱정은 들지 않는다.

정상을 찍고 내려가면서 만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9:18



속밭 대피소









앗세님 클럽과 좋은뿌리님 패밀리,산으로님,목토산 회원 여러분과 한데 뒤엉켜 모두 모여 다리쉼을 즐긴다.

너무 오래 쉬게 되면 긴장도가 떨어지고 추워지면서 팽창한 근육이 수축되어 더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 오르라고 일러두고 다시 후미를 기다린다.

두 여성분을 올려 보내고 마지막 후미를 기다려보지만 기다림이 끝이 없을 것 같아 포기하고 다시 오른다.




사라오름 입구 삼거리에 즈음하여 설화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해발 1300고지에 다다르니 앗세님 클럽이 다리쉼,입축임을 즐기고 있다.

박은주님이 따뜻한 생강차를 대접하겠다고 하자 다들 반가운 표정들이 역력하다.

박은주님이 보온물병을 컵에 따르자 김이 모락모락 핀 맹물만이 쏟아져 나온다.

이유인즉슨,문병연님이 새벽 나절에 보온물병에 담긴 생강차를 버리고 거기에 끓인 물을 담아온 것이다.

반가운 내색은 순식간에 허망함으로 돌변한다.

박은주님은 아깝다는 눈총을 문병연님께 토로해보지만 문병연님은 왜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냐며 오히려 당당하게 적반하장 식이다.

한바탕 웃음 바다를 한라산 동쪽 기슭에 쏟아낸다.

10:29



해발 1400고지 즈음하여 돌계단길로 가파르게 오른다.

다시 완만히 오른다.



오를수록 설화의 장관이 광범위하게 펼쳐진다.

옆에서 산으로님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어린아이가 된 듯 즐거운 비명과 함께 여념이 없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10:44

진달래 대피소




인산인해 눈산눈해다.

북적북적 시끌벅적 북새통이 터져 깨질 지경이다.

등로 옆 한 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산으로님과 횐님들을 기다린다.







한 명 두 명 속속 당도한다.

화장실 용무를 해결하는데도 앗세님 클럽은 단결성이 돋보인다.

이제부턴 한라의 바람이 어떤 요술을 부릴지 알수 없는 터라 벗어 놓았던 장비들을 다시 꺼내어 중무장을 하고 오른다.

평탄한 데크로드가 끝나자 본격 백록담 가파른 오름길이 시작된다.






진도팀 일행과 산으로님을 먼저 오르라고 밀어 올리고 앗세님 클럽의 무장태세를 확인한 후 오른다.

이제부턴 후미의 임무가 어느 정도 소화된 듯 하여 정상을 향해 폭풍 오름길 질주에 발동을 건다.

11:39



해발 1700고지 표지석을 지나 오른다.

산으로님이 힘겹게 오르고 있다.





진행할 서방면 정면 위로 백록담이 올려다보이고 데크계단길 따라 정상 등정 행렬도 끝도 없이 줄지어 오르고 있다.

좁은 테크계단길이 넓어지자 단숨에 올라채니 정상을 향한 발걸음이 멈추게 된다.

12:10





백록담





산객들로 백록담 정상은 도떼기 시장판이고 시장판 도떼기판이다.






정상 인증샷을 갈구한 행렬이 돌고 돌아 빙빙 꼬아 줄지어 서 있다.

눈이 많이 쌓였으면 '백'자만 보이는 작은 정상석이 맞이해주겠지만 그다지 많은 눈이 쌓이지 않은 지라 '백록담'세 글자가 다 드러나는 엄청 큰 정상석이 인증의 열기를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다.

원경의 설풍경은 환희로 승화되고 발 아래 깔린 구름은 신선이 된 듯 착각이 든다.

꿈에서나 보일 듯한 굴절된 백설의 거울을 통해 불안전한 이미지들로 가득한 비현실적 공간에 와 있는 듯 환상에 사로잡힌다.

청명한 일기로 선명하게 드러나는 백록담의 형태는 신비스런 기운을 내뿜는다.

한참 동안 천지의 감흥을 맛본다.

백록의 기상과 산객들의 숨소리를 내면에 저장한다.

좋은뿌리님 패밀리가 제일 먼저 당도한다.

또 한번 반갑게 눈 인사를 전한다.

20여분 조망 눈맛을 충족한 후 왔던 길로 내린다.

10여분 내리니 앗세님 클럽이 똘똘 뭉쳐 힘겹게 오르고 있다.

'녹산 홧팅'를 두 번 외치며 힘을 실어주고 내린다.

저마다 얼굴에 나타난 기색은 힘들게 보이지만 그 안에는 성취로 얼룩질 커다란 내공이 꿈틀거리고 있음도 상존한다.

내리면서 차례 차례 녹산님들을 만난다.

윤영심님은 걱정이 가득 찬 듯 엄살을 부린다.

'언제 올라갔다 와요?'~~

조금만 힘내시면 다섯시까지는 내려올 수 있을거라 전해주며 내린다.

애초엔 백록담을 찍고 내려오는 길에 진달래 대피소에서 점심을 들 계획이었으나 밀려든 산객들로 번번히 빨간불이 켜지는 정체의 횟수가 빈번해지면서 계획한 시간보다 많이 늦어지게 된 것이다.

진달래 대피소에 내려서니 산혜리님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정상 근처에서 점심을 들고 내려가겠다고 하니 그리 하라고 일러둔다.

곧이어 좋은뿌리님 패밀리와도 연락을 하여 정상 근처에서 점심을 따로 해결하라고 일러두고 진달래 대피소에서 기다린다.




조금 있으니 산으로님이 합류하여 같이 따스락 도시락을 먹게 된다.

이후는 정신없이 내리는 지겨운 하산길이다.

왔던 길을 되돌아 내리는 일자 back이다.

15:28

성판악에 내려선다.

산행 전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늦어도 17시까지는 하산을 완료하라고 일러두었지만 오후 다섯 시가 넘도록 7명이 내려오지 않고 있다.

명단을 체크해가며 전화를 해보니 마지막 후미 상황이 녹록치 않아 17시 반을 훌쩍 넘길 듯 하여 초조만 마음이 새록새록 파고든다.

17시 35분이 되어서야 마지막 후미 일행이 버스에 탑승함으로써 긴장은 일순간 보람으로 바뀐다.

일정보다 하산 시간이 많이 지연되었지만 무사 안산으로 잘 다녀오심에 감사할 따름이다.

안다는 것은 보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과정에서의 관계성이라 했던가

보듬고 더듬어주는 연대의 양지에서 자신을 살피고 타인에 대한 배려의 꽃을 피운다.

성판악에서 백록담 코스에 동행하신 서른 두 분의 횐님들께 다시 한번 수고 많으셨다는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사진:김혜란,정재철,박현재

글:박현재